언문
언문(諺文)[1]: 51 은 일반적으로 불렀던 두루 이름씨으로써 '새 글자'는 '훈민정음'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세종이나 신하들이 사용하기에 전혀 거리낌이 없는 말이다.[1]: 58 국학자 안확은 '언문의 본의'가 입말을 적는 글자라고 밝혔다.[2]: 8
언문에 낮추는 뜻이 있었다고 보는 연구자들은 거의 주시경을 잇는 사람이다.[2]: 8 북한이나 일본에서 낸 사전도 이런 뜻풀이가 나타난다.[2]: 8
언문을 대체한 이름이 한글
'언문'의 의미에 대한 논의는 한글전용 문제, 맞춤법 문제와 더불어 조선어 학회와의 투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2]: 4 국학자 안확은 맞춤법을 "편리한 방법 또는 민중 전체를 위하여 정하자"고 했음에 대하여 주시경 교수는 "세종식으로 복고하자"고 했다.[2]: 6
주시경 학파의 언문 대체
주시경 교수 이래의 근대 국어학이 민족주의적인 이데올로기에 지배되고 있음을 '과학적' 국어학은 보여주고자 했다.[2]: 4
언문의 부정적인 의미는 최만리의 상소문에서 가장 선명하다.[2]: 4 '언문'이 가치중립적으로 쓰이는 맥락에서도 부정적 태도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2]: 4 한자를 작은 중화의 상징으로 보는 문명 의식, 학문어, 교육 언어로 군림했던 한문(진서, 진문)과의 관계에서, 말하는 대로 적는 글자라는 ‘언문’이 사전적인 의미 규정과는 관계없이, 낮추는 뜻을 갖게 되었다.[2]: 4 ‘언문’의 쓰임새가 늘어났지만 하층민의 글자로 머물렀다.[2]: 4
주시경 학파의 전통을 불신하는 데는 일본에서 유입된 ‘과학적’ 언어학의 영향력이 컸다.[2]: 3 세종이 《훈민정음》에서 창제 목적을 하급인민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 하였다.[2]: 13
일본과 달리 우민화 정책이 성공한 중세 조선
1719년 통신사를 수행했던 신유한도 《해유록》에서 일본의 관공서에서는 '언문'으로 쓰며 '문자'를 아는 이가 드물다고 보고하고 있다.[2]: 20 일본은 가나를 많이 쓰므로 한문 배우기에 온 힘을 쏟는 조선과 달랐다.[2]: 20
조선에서는 한문을 중국식으로 읽어야 작은 중화가 될 수 있으므로 일본보다 한문 배우기에 몇 배나 많은 노력을 들여야 했다.[2]: 22 한자는 중국만의 문자가 아니란 주장은 일본에만 맞는 말이다.[2]: 22
한글로 된 문화유산은 하층민의 것에 머물렀다.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서점이라는 게 겨우 생길 정도였다.[2]: 25 1552년에 예수회 신부 사비에르는 일본에서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글읽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사원에서 여자나 젊은이에게 읽기-쓰기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2]: 25 1710년 경 일본에는 359개의 서점-출판업자가 있었다고 한다.[2]: 25 그러나 조선에서는 우민화 정책이 성공적이었다.[2]: 25 '거룩한' 문자, 진리의 문자, 진짜 문자는 선비들만의 나라를 세우는 데 좋은 수단이었다.[2]: 26
과학적 국어학의 언문 준용
국학자 안확은 '과학적' 국어학을 내세우며 '언문'에 낮추는 뜻이 없었다고 주장하였다.[2]: 3 '한글'이란 새 이름은 필요 없었으며 한갓 민족주의에 치우친 감정적 비학문적 반응의 산물임을 주장하였다.[2]: 3
'과학적' 국어학을 좇는 이기문 교수 등에 의해 이 낡은 주장이 되살아났고 또 지금도 번져가는 추세에 있다.[2]: 4
가타가나의 명칭 개정이 없었던 일본
한글이란 새말이 필요없다는 결론은 '감정을 버리고 그 진리치를 과학적으로 연구함'의 산물이라고 안확은 주장하였다.[2]: 7 여기서 특히 우리 관심을 끄는 표현은 '감정을 버린다'와 '과학적 연구'이다.[2]: 7 이는 일본에 소개된 언어학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주시경과 조선어 학회에 비판적이었던 경성제대에 소개된 '과학적' 국어학과 많은 점에서 연속적이다.[2]: 7
한 낱말의 의미에 부정적 긍정적 가치 평가가 공존하는 게 일반적이다.[2]: 4 '언문'이 중립적 뜻으로 쓰인 몇몇 보기에서 낮추는 뜻이 없었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2]: 4 안확은 ‘언문’의 의미에 반론을 제기함으로써 조선어 학회를 비판하였다.[2]: 4 그러나 이 길은 맹목적 대결과 부정에서 출발하였으며 제대로 된 비판이 아니었다.[2]: 4
국학자 안확은 또 《언문 명칭론》에서 일본에서도 한자를 마나(眞名)라 하고 고유 문자를 가나(假名)라 하지만 아무도 그 가나란 명칭을 개정하고자 한 일이 없다고 하였다.[2]: 14
훈몽자회의 기록

《훈몽자회》(1527)는 우리글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한 첫 학습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1]: 70 최세진은 어린 아이들에게 언문을 가르치도록 권유하고 있다. '훈민정음'이란 말을 쓰진 않았으나 '우리글'을 가리킨 것은 분명하다.[1]: 71
우리말 사전에서 점점 왜곡 되어버린 뜻풀이
'한글맞춤법 통일안' 이후 최초 사전인 《조선어사전》(문세영, 1936)에는 '한글의 딴 이름'이라 했고, 《표준 조선말사전》(이윤재, 1947)은 '한글(낮춘말)', 《큰사전》(한글학회,1957)은 '"한글"을 전날에 일컫던 속칭(俗稱;세속에서 보통 일컫는 칭호)'이라고 풀이하였다.[1]: 86 《국어대사전》(이희승,1961)은, '한글을 전에 일컫던 말'이라고 하였고, 《새우리말 큰사전》(신기철·신용철, 1974)은, '(전날에) 한글을 속되게 이르던 말'이라고 하였다.[1]: 86
《우리말 큰사전》(한글학회, 1991)은, ‘전날에 일컫던 한글의 낮은 말’이라고 했으며, 《조선말 대사전》(북한 사회과학원 언어연구소, 1992)에서는 '늘쓰는 입말의 글이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우리 민족글자인 '훈민정음'을 글말의 글자인 한자, 한문에 상대하여 이르던 말. 뒤에 한자, 한문을 떠받드는 기풍이 조장되면서 우리글을 낮잡아보는 이름으로 되었다.'라고 하였다.[1]: 87
그러다가 《표준 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1999)에서 느닷없이 '상말을 적는 문자라는 뜻으로, 한글을 속되게 이르던 말.'이라는 풀이를 한 것이다.[1]: 87 이처럼 '언문'이란 말의 뜻풀이를 연도별로 비교해 보면, 비하하거나 폄하하는 뜻이 갈수록 심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1] 이는 앞선 연구자들의 견해와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써 한자(한문)에 대립한 계층적 분석에 말미암은 것으로 볼 수 있다.[1]: 87
같이 보기
- 언문 철자법
- 한국어 운동의 역사#서유견문(西遊見聞)
- 구결
- 한글
- 집현전
- 고려의 문화#13세기까지로 끝나는 가장 발달된 한글 표기법의 존재 기록
- 훈육
- 훈민정음#훈민정음보다 뒤늦으며 나쁜 것으로 잘못 알려진 과거의 언문
- 규율(規律, 영어: discipline) 또는 훈육(訓育)
- 대한민국 제1공화국#참치잡이 성공의 국내 언론 보도를 대통령이 통제
각주
- ↑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홍현보 (2012년 12월). “우리 사전의 왜곡된 ‘언문’ 뜻풀이에 관한 연구”. 《한글》 (한글학회) 298: 51–105. doi:10.22557/HG.2012.12.298.51. ISSN 1225-0449. UCI G704-000020.2012..298.003
- ↑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카 타 파 하 거 너 더 러 머 버 서 어 저 처 커 터 퍼 허 고 노 도 로 김영환 (2020). “‘한글’과 ‘언문’ : ‘과학적’ 국어학과 관련하여”. 《한국민족문화》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74: 3–30. doi:10.15299/jk.2020.02.74.3. ISSN 1226-7562.
외부 링크
- 어패럴뉴스 [박현준] 언문일치(言文一致)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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